지난 글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을 만드는 방법 세 가지 중에서 ①연결 신호를 소개했다. 이번 글에서는 나머지 방법 두 가지, ②경청, ③취약성 공유를 이어서 소개한다.
방법② 경청
경청은 어떻게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까? 경청은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끌어내는 것에 가깝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과 행동으로 "당신의 말을 우리가 주의 깊게 듣고 있다." 혹은 "당신은 어떤 의견이라도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전해지면 자연스레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다. 나의 의견이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싹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청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상대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진심이 아니라면 경청이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한두 번은 상대를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랜 기간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심이 아닌 상대에게 마음 놓고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중간에 말을 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거나 화제를 돌릴 경우, 상대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끝까지 듣는게 좋다. 자세나 표정도 중요하다. 지루하다는 듯한 표정, 하품, 눈을 맞추지 않는 것, 고개를 좌우로 젓는 모습도 상대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이것은 '몸으로 말을 끊는 것'과 같다. 이런 행동이 몇 번만 눈에 띄어도 상대는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솔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가 처음에 한 말에는 마음속 이야기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의식적으로 숨기는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생각나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질문이 한 번에 그쳐서는 안된다. 상대에게 계속 관심을 보이면서 질문을 하고 들어야 한다. "좀 더 얘기해줘."와 같은 말을 건네며 상대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끌어내는 것이다. 상대방은 당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주고 있다고 느끼면서 기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방법③ 취약성 공유
심리적 안정감을 만드는 마지막 방법은 취약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나의 실수나 실패, 혹은 무지함을 동료들에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구성원들이 자신의 약점이나 비밀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조직에는 안정감이 생긴다. 왜 그럴까? 상대가 나에게 약점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나 역시도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도 안전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한번 약점을 나누고 나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서로의 약점을 주고 받는 순환 고리가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이 깊어지는 것이다.
취약성을 공유하는 것의 효과는 이렇듯 분명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약성 공유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을 익혀두어야 한다. 첫번째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틀려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내가 이미 완성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관점을 바꿔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쉬워진다. 또한, 나의 실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잘못에도 너그러워질 수 있게 된다.
다음 방법은 취약성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네이비씰은 훈련이나 실제 작전이 끝나면, AAR(After Action Review)이라는 회의를 한다.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각자가 특정 상황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교정하면 좋을 지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픽사에는 제작 중인 영화를 피드백하는 시간인 '브레인트러스트(Brain Trust)'가 있다.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는 직원들이 모여서 영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점이 별로였는지 이야기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는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성과를 만드는 조직들은 이런 식으로 구성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취약성 공유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기회가 주어지면 약점을 공유하거나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이 한결 쉬워진다.
마지막 비법은 '내가 먼저'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신뢰가 쌓여야 약점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신뢰는 약점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생긴다. 약점을 공유해야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여야 더 많은 약점을 공유할 수 있다. 신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린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을 감추는 사람에게 먼저 마음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불안한 마음이 들겠지만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취약성 공유의 고리가 생긴다.
취약성 공유의 또 다른 이점, 사고 예방
취약성 공유는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또 다른 결정적인 유익함을 가져온다. 바로 사고 예방이다. 취약성을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된 조직에서는 더 많은 의견과 실패 사례가 자유룝게 오간다. 당연히 동료의 실수나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의견을 낼 수 있다. 덕분에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었던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조치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기업과 고객에게 커다란 손실을 입힌 대형 사고들 중에는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쉽게 예방할 수 있었던 경우가 많다. 대한 항공 및 KLM 여객기 사고, 콜롬비아호 폭발, 후쿠시마 1원전소 사고 등도 어쩌면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경직된 조직 문화때문에 문제 제기 자체를 못하거나 소극적인 문제 제기에 그쳤다는 점이다. 의견을 냈다가 배척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을 가로 막은 것이다. 이처럼 경직된 문화가 조직과 사회에 끼치는 피해를 생각해보면, 취약성 공유가 가져오는 혜택이 얼마나 클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도요타는 안돈 코드(Andon Cord)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 생산 라인에 있는 직원은 제품에서 결함을 발견할 경우, 언제든 안돈 코드를 당겨서 경고등을 켤 수 있다. 경고등이 켜지면 생산라인이 즉시 가동을 멈추고 원인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언뜻 보면 생산라인이 언제든 멈출 수 있으니 손실이 클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얻는 것이 더 많다. 생산라인이 망가진 다음에야 알아차린다거나 불량품을 구입한 고객이 인명 피해를 입어 커다란 배상을 한다거나 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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